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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기실 나는 서태지 세대가 아니다.

그가 데뷔했던 1992년에 나는 겨우 9살이었고, 기성세대의 대표주자인 내 아버지를 신봉하던 시절이었다. 그의 앨범을 제대로 들어본 것도 대학에 들어와서이니 아무리 갖다 붙이고 어떻게 살짝 끼고 싶어도 방도가 없다. 그의 앨범을 처음 진지하게 들은 이후, 아버지에 대한 신실함이 산산조각이 났으니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서태지를 싫어한 건? 물론 내 아버지 역시 그 시절이면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셨지만 의사라는게 보수의 극단을 달리는 지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취향의 차이도 있겠지만.(그 당시에도 서태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런 그가 돌아왔단다.

사실 서태지가 컴백한 것이 관심은 가도 내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고 싶진 않았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서태지 키드라 하기엔 부끄럽고, 지금의 서태지는 이미 '톱가수'라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평가할 상대도 아니지만 그럴만한 매력도 없었다. 너무 거대해진 인물은 내가 궁금해 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그러고 있어서이다.

그러나 이미 대한민국은 모든 관심의 촛점을 서태지에 쏟고 있다. 경이적이라 할 만하다. 자동차 광고를 대차게 찍어준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찬반이 엇갈리고, 앨범이 비싸네 적당하네 말이 많아지고, 코엑스 앞 UFO 조형물 등 한층 재미있어진 그의 재간에도 날카로운 시선과 경외로운 시선이 겹친다. 애초에 양분될 수 밖에 없는 그에대한 호감과 비호감 그 자체가 사회의 큰 이슈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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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의 정수라 할 만한 '미스테리 서클'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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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가는 길에 '저게 뭐냐'했던 게 서태지 짓이었다니!



이 글에는 그에 대한 비평이 들어있지 않다.

에이. 몇 가지만 입이 간지러워서 말해둔다. 그의 음악? 뭐, 마음에 든다. 들을만 하고 어쩌면 웰메이드란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난 음악을 모른다. 코드가 어쩌고, 멜로디가 어쩌고, 리듬이 어쩌고. 내 여친님이 음악하시나 별로 의견을 물어볼 생각도 안든다. 왜냐, 이미 그는 음악만으로 평가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을 뽑는데 초등학교 성적보는 격이랄까? 뭐 극단적인 예지만 그에겐 전방위적인 평가가 난무하는 이때 '음악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말은 바보같은 소리라 본다. 무슨 정치인도 아니고,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는데 그런 골치아픈 잣대를 찾고 싶어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한가지, 사람들은 그에게서 추억과 특권 의식을 갖는다. 그 점에서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을 한대도 상관없다. 사람들은 세상에 지쳤고 대통령에 질렸다. 홧병이 나 위로가 필요한 그들에게 서태지가 돈 몇 억 쓸어간 들 큰 대수랴. 더군다나, 기성세대라 불리는 내 아버지 윗 세대들은 여전히 죽었다 깨어나도 그의 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아닌가. 그건 대단한 거다.


그는 이 시대의 메시아인가, 장각인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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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vs 장각



이미 팬덤에게는 서태지가 이 두 인물에 버금가는 존재가 분명할 것이다. 설마 얘들이 누구야 하진 않겠지. 여하튼, 나는 서태지가 행복하고 안 하고는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사실 그럴 여유가 없다. 대학 1학년 이후 아직도 곡이 만들어 진지 십년이 넘은 서태지의 '시대유감'을 들으면서 감동하는 나를 구원시키는 데도 바쁘다.(그에겐 좀 미안한 말이다.)

예수와 장각이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그들의 죽음과 제자였다. 한 쪽은 장렬히 대중앞에 죽으면서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로 남았고 다른 쪽은 자신의 잘 꾸며진 진지에서 병으로 사망했다. 예수는 베드로, 바울 등 훌륭한 마케터를 두었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상상을 초월할 마법을 통해 현세에까지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는 초대형 슈퍼스타, 아니 신의 경지에 올랐지만 장각은 그렇지 못했다.

그저 마음껏 했으면. 지금도 이 세상 누구보다 많이 즐기고 있다고 하지만,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해줬으면 한다. 대중이 그를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리워하는 건 비단 서태지 자신이 아니다. 그 죽일 놈의 '자유'. 그 징글징글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유로움을 그를 통해 느낄 수 있기에 기꺼이 서태지를 전설로 키워준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예수도, 장각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발현하는 아이콘이지만 아름답게 늙어가는 영원한 자유인이었으면 좋겠다. 제발 예수처럼 일찍 죽어서 신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 바로 옆에 있듯 자유분방해 주고, 장각처럼 권력에 눈이 멀어 그를 사랑한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그의 나이가 40이 되고 50, 60이 되더라도 자신의 약함을 애써 감추려 무리수를 두지 않는 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미 전설이 된 조용필과는 또 다른 길을 걷는 새로운 '메시아'였으면 좋겠다.


그의 행보가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것이 즐겁다. 조용히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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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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